제주판 살인의 추억,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면?

2021. 2. 16. 22:33카테고리 없음

CHASE 태해진 기자


 

미제사건은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유력한 용의자도 찾지 못하고 종결된 사건, 수사를 통하여 유력한 용의자를 재판에 세웠으나 패소한 경우. 특히 초동수사의 부실 등으로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내지 못한 사건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사건이다.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를 재판에 세웠으나 패소한 사건의 경우, 만약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그 유력했던 용의자가 범인임이 입증이 되어도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아쉬움이 클 것이다.

 

2019년 해결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제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를 검거하고 인터뷰를 하는 경찰청장(자료출처-연합뉴스)

 

 이처럼 모든 미제사건은 아쉽지만 특히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특이한 사건이 있다.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2009년 벌어진 사건이었고 용의자도 특정하지 못했으나 10년이 넘어서 전담팀은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감동적인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와는 달리 1심과 2심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가능성은 낮지만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장기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10년이 지나서 형사들이 노력해서 찾은 범인이 패소를 당한 사건. 과연 형사들은 2009년에 벌어진 사건에서 어떻게 재판에 세울만한 증거를 찾아내었고 그 증거는 결국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일까? 그 용의자가 범인일까? 아니 도대체 2009년 제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이 되어 재판을 받은 현 52세 박모씨(자료출처-조선일보)

 

 

◇ 사건의 개요

 

2009년 겨울, 보육교사로 일하던 이경신씨(27세, 여)에게는 비극이 찾아왔다. 1월 31일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나누고 택시를 타서 남자 친구의 집에 도착했지만 남자 친구와 싸우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2월 1일 새벽 3시 3분, 이경신씨는 남자 친구에게 "네가 이럴 줄 몰랐어. 실망이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새벽 3시 7분, 콜택시를 부르려고 전화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보내기 어렵다는 것. 그 흔적을 끝으로 이경신씨는 실종되었다.

 

 

실종된 이경신씨를 찾는 포스터(자료출처-크리스천투데이)

 

 

◇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실종자, 그리고 증거들

 

2009년 2월 7일, 제주 애월읍에 위치한 농업용 배수로에서 이경신씨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하의가 벗겨진 상태였으나 성폭행과 관련된 흔적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몸에 별다른 외상은 존재하지 않았고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였다. 지문이나 DNA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배수로 옆에 담배꽁초가 있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범인의 것이라는 물음에는 답할 수 없다. 또한 시신이 있는 장소에는 피해자의 가방이 없었다. 피해자의 가방은 이미 발견된 상태였다. 한 주민이 제보하였고 시신이 발견된 위치와는 대략 4km가량이 떨어진 곳이었다. 피해자의 신분증, 휴대폰, 지갑은 그대로 있었으나 현금은 사라진 상태였다.

 

사건의 주요한 내용들과 지리적 위치를 보여주는 사진(자료출처-한국일보)

 

사건의 중요한 내용들 가운데 하나는 휴대전화의 기록이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피해자의 집과 가까운 광령초등학교 부근에서 강제off되었다. 또한 피해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차를 제주법원에 주차한 상태로 택시를 타고 남자 친구의 집에 간 것이었는데 실종 관련 수색을 할 때 피해자의 차는 그대로 있었기에 범인의 차로 이동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른 사건 지도(자료출처-나무위키)

 

여러 가지 단서들을 토대로 범인은 피해자를 데려다주던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경찰이 내린 결론이다. 이 사건은 쉽사리 해결이 될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사건은 아직까지 미제이다. 사실 이 사건은 초반부터 미스터리하고 의견이 분산되는 부분이 있었다. 경찰은 사망 추정시간을 2월 1일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부검의는 죽은 시간이 별로 되지 않았고 감금되었었을 것이라고 했지만 시신의 혈중 알코올 농도와 실험으로 사망시간은 2월 1일일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강아지를 통하여 실험을 하고 있다(자료출처-제주의 소리)

 

 

◇ 심리학적으로 범인상을 그린다면?

 

피해자의 시신과 유류품을 멀리 떨어진 곳에 유기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 후 은폐를 했지만 피해자의 신분증을 그대로 둔 부분, 면식범을 만나기엔 시간적 공간적 무리가 있다는 점을 종합했을 때 범인은 피해자의 신원만으로는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을 정도인 사람 즉 비면식범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자료출처-어반 브러시)

 

범인은 제주도 지리에 익숙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시신이나 가방 등을 유기한 장소나 동선을 보면, 범인은 제주도 지리에 대해 잘 알고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범인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고 했지만 피해자가 반항을 하려고 하자 당황해서 목을 졸라서 죽였을 것이다. 일단 목을 졸라서 죽이는 것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가 않다. 비록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이긴 하였어도 피해자를 완력적으로 제압하고 목을 압박하고 성과 관련된 살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을 종합하면 범인은 남자일 것이다. 시신이 유기된 장소나 핸드폰이 꺼진 위치, 또한 피해자의 차량은 그대로 있었다는 점을 본다면 범인을 피해자를 데려다주다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

 

시체가 발견된 장소나 핸드폰이 꺼진 위치 등을 보았을 때 피해자는 범인에게 본인의 주소지를 알려주었고 범인이 거기로 데려다 주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자료출처-네이버 지도)

 

피해자가 주소지를 알려주고 데려다 주다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즉 호의동승이라는 것이다. 제주도 지리에 익숙하며 성인인 여성이 그 시간에 호의동승을 했다는 점에서 범인은 택시기사일 가능성이 높다. cctv 단서 등도 이러한 추측에 어느 정도 힘을 준다.

 

CCTV에 찍힌 범인의 차량(자료출처-그것이 알고싶다)

 

범인은 성범죄자 유형분류(신상화, 2014)를 하면 기회주의형과 신체적, 심리적 통제 유형인 것으로 보이므로 택시기사의 평균적인 연령대와 성범죄자 유형의 통계적인 연령대를 대입했을 때, 범인은 대략적으로 2009년 기준, 40세가량인 것으로 추정이 된다.

결론적으로 "범인은 지리에 익숙하며 피해자를 데려다 주다가 우발적으로 성폭력을 시도하다가 반항을 하려는 피해자에 당황을 하여 피해자의 목을 졸라서 살해하고 유기한 40세 정도인 택시기사 남성"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 사건은 미제로 남을까? 혹은 해결이 될까?

 

경찰은 원래 박씨를 용의자로 보았는데 CCTV와 박모씨 택시에 있는 섬유 등이 피해자의 옷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여서 2019년 박씨(현재 52세)를 재판에 넘겼지만 2020년 7월 재판에서 2심 무죄를 받았고 사실상 재판은 끝난 상태이다. "백 명의 죄인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 없어야"라는 말처럼 박모씨를 범인으로 입증할 확실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는 것이 판결의 내용이다.

 

수첩의 내용(자료출처-그것이 알고싶다)

 

필자는 2018년, 관심을 가지며 분석을 하면서 보았던 사건의 범인이 검거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굉장히 놀랐지만 결국 필자를 비롯한 모두의 아쉬움을 사면서 사건은 아직도 미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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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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