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미용강사 살인사건, 심리학적으로 바라본다면 연쇄살인?

2021. 5. 17. 00:09카테고리 없음

초등학교 저학년 때, 저녁이면 형과 함께 TV를 틀어서 명탐정 코난을 보았다. 어려진 고등학생 명탐정이 멋있게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유명 만화인 코난. 그 내용과 그 추리는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논리적이며 충격적이다.

 

유명 만화인 명탐정 코난(자료출처-예스 24)

 

만화 명탐정 코난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순 재미를 넘어 몇 가지 교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교훈을 담고 있는 많은 장면과 대사가 있지만 그런 장면이나 대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극 중에서 약간 허술해 보이는 탐정 유명한의 대사이다.

"살인 따윈 게임이나 드라마 안에서만 일어나줬음 좋겠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은 게임이나 드라마 수준이 아니니까....."

어쩌면 유명한 탐정의 이 대사는 모든 사람의 염원이 아닐까. 소중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떠나는 일은 전혀 일어나서는 안될, 불행한, 어쩌면 이런 단어로는 표현조차도 불가능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염원과는 달리 살인은 일어난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으며, 소중한 친구였던 사람들은 억울한, 많은 죽음을 당했다. 아니, 범죄율은 상승하는 추세이고 2014년 한국 살인사건 발생률이 396건임을 볼 때, 어쩌면 오늘도 소중한 누군가는 억울하게 숨을 내쉬며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죽음의 이유조차 밝혀지지 않으면 가족들은 어떤 기분일까? 누가 죽였는지,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모르며 피해자는 죽었지만 살인자는 맘 편히 살고 있다면, 가족들과 지인들의 감정은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분노하고 슬프고 애통할 것이다.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장기 미제 사건, 그 가운데서도 위키백과에 등록된 사건만 하더라도 100건이 넘는다. 이런 미제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은 범인을 잡고 그에 따라 마땅한 벌을 주는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사건들에 결코 관심을 돌려서는 안 된다. 끔찍하다고 외면하면 그 끔찍한 일을 벌인 사람만 편하게 살 것이기에.

 

(자료출처-woman sense)

 

미제사건 가운데서도 유난히 아쉬운 사건인 청주 미용강사 살인사건. 부모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자식이었으며 소중한 친구였던 배진영씨는 2000년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사건은 미해결로 남으며 많은 미궁을 남기고 있다. 많은 관심과 그로 인한 많은 의혹들과 설이 있는 복잡한 사건이지만 그런 선입견들을 배제하고 논리와 이론적 배경으로 사건의 범인을 추리해보고자 한다. 21년 전, 앞날이 창창하던 젊은 미용강사 배진영씨를 살해한 그 끔찍한 범인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 친구와의 전화를 끝으로 사라진 미용강사

 

배진영(22세, 여)은 미용강사를 하며 열심히 살아가며 평범한 청춘을 보내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명절 전인 9월 8일 밤 회식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다가(동료들 증언으로는 취할만큼 마셨다고 한다) 자정이 좀 넘은 9월 9일에 자리를 뜬다. 그리고 그녀는 0:31분, 회식장소 근처에서 고향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나중에 전화할게"라며 전화를 끊었다.

 

(자료출처-SBS 그것이 알고싶다)

 

그리고 약 5~6분 뒤인 0:37분 쯤, 2km 떨어진 집 근처 동네에서 휴대전화 위치가 잡혔다. 그러고 나서 0:46분, 집과 더 가까워진 장소에서 배진영씨의 핸드폰으로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갔지만 친구는 자느라 받지 못했다.

 

(자료출처-SBS 그것이 알고싶다)

 

그리고, 배진영씨는 집에 돌아오지 않고 실종되었다.

 

친구의 증언(자료출처-SBS 그것이 알고싶다)

 

 

◇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피해자

 

실종된 후 6시간 만에, 집에서 3km 떨어진 으슥하고 조용하며 버스도 지나다니지 않는, 인적이 드문 불법 주차장에서 발견되었다. 피해자인 배진영씨는 인도와 차도 사이에서 나체 상태로 싸늘하게 죽어있었다. 그 장소에서 속옷, 양말 등이 뒤집어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핸드폰과 지갑은 각각 일주일, 두 달 후 발견되었지만 범인의 지문은 검출되지 않았다(물론 비가 많이 왔다). 사인은 끈으로 인한 질식, 즉 교살이었으며 신체에는 치흔과 칼로 인한 열창이 3개가 있었다. 심지어는 신체의 일부가 훼손된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장이나 유류품들에서 범인의 단서는 나오지 않았고 조금씩 사건은 꼬이기 시작한다.

 

사건지도(자료출처-SBS 그것이 알고싶다)

 

 

결국 미궁으로 빠진 수사

 

경찰은 주변인부터 많은 사람들을 조사했다. 그 가운데 헤어진 남자친구가 평소 집착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경찰은 조사를 했고 알리바이를 물어서 남자 친구는 대답을 했지만 경찰은 그 알리바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수색을 해보았지만 단서가 하나도 없기에 결국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용의자로 올랐던 전 남자친구(자료출처-SBS 그것이 알고싶다)

 

심리학적으로 프로파일링을 해본다면?

 

회식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본다면 피해자는 취할만큼, 꽤나 술을 마신 상태였다. 그런 그녀는 회식 장소에서 나서서 이동했는데 이 부분에서 의아한 점이 있다.

피해자는 0:31분, 회식 장소 근처에서 고향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나중에 전화할게"라고 말하며 다급히 끊었다. 그리고 약 5분 후, 집 근처에서 휴대폰 위치가 잡혔는데 아까 위치와는 2km가 떨어진 곳이다. 또한 이후 거리 변화를 계산하며 살펴본다면, 일반 걸음으로 이동했다기는 거리의 상황이나 피해자가 술을 취할 만큼 마셨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피해자의 집까지 걸어가기는 약간 무리인 상황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차를 타고 이동하려고 했으며 또 휴대폰 신호들의 사이에, 피해자는 차를 타고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는 차를 소지하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의 차를 탔다는 의미이다. 버스 경로와도 다르다. 과연 범인은 피해자를 납치한 것일까? 아니다. 핸드폰 신호들이 잡힌 위치를 보면 조금씩 피해자의 집 방향으로 가고 있다. 또한 피해자의 반항흔 등을 본다면 피해자가 집을 알려주고 데려다주는, 호의동승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범인이 휴대폰과 지갑 등을 멀리 유기하는 점이나 여러 점을 볼 때, 범인은 이동에 자유로운 사람이며 시신을 유기한 장소의 특징을 보았을 때, 범인은 청주 지리를 잘 숙지하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시신을 유기한 불법 주차장이 일반적으로 기사들이 간혹 쉬는 곳이라는 점, 청주 지리를 잘 알고 이동에 자유로운 점, 피해자가 행선지를 알려주고 차를 탄 점 등을 보았을 때 범인은 택시기사일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가 택시를 기다리며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택시가 와서 전화를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

 

(자료출처-연합뉴스)

 

피해자의 신체의 일부가 흉기로 회손된 것은 범인의 가학적 행위이며 범인의 가학적 성향(sadism)이 반영된 행동일 것이다. 또한 끈을 이용한 교살인 특징도 범인의 이런 이상심리가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범인은 이런 가학적 성향을 확실히 보이고 있지만 필요 이상인 폭력성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사건의 동기는 1차적 분노나 원한보다는 범인의 성적, 물품적 이익 등이 결합된 도구적(salfati, 2000)인 동기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가학적 성향은 초기 성인기 이후 발현되는 경향이 있다(basics of abnormal psycology 권석만 저). 또한 신상화 프로파일러의 연구를 참고하여 분류했을 때 범인은 신체적 심리적 통제, 가학적 유형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유형은 30대일 가능성이 높기에 참고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과 앞서 언급한 범인이 택시기사일 것이라는 추정을 사용하여 택시기사의 평균적인 나이와 이런 이상심리적인 특성을 조합해본다면 범인의 연령은 대략적으로 30세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

결론을 내려보자면 범인은 가학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런 이상심리, 금전적인 도구적 동기로 비면식 관계인 피해자를 차에 태우고 범행을 저지른 30세가량인 택시기사일 가능성이 크다.

 

 

놀랍도록 비슷한 범행패턴

 

이 사건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범죄자가 있다. 범행 패턴과 앞선 사건의 프로파일링 결과와 소름 돋게 일치하는 한 명.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청주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른 택시기사 안남기이다.

 

(자료출처-예스 24)

 

필자 본인이 처음으로 읽었던 범죄 관련 서적에서 주제가 되었던 범죄자이다. 표창원의 저서인 정의의 적들에서 그의 범행 패턴이 언급되는데, 안남기는 택시에 탄 여성들에게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물어본 후 직장인이면 범행을 저지르고(테이프나 끈 등으로) 자신이 잘 아는 외진 곳에 대충 유기하고 도망가고는 했다. 그가 청주에서 활동했던 것도 소름이 돋는 대목이지만 개인적으로 또 소름이 돋는 것은 안남기는 2010년 검거 당시 나이가 41세, 즉 10년 전인 2000년에는 31살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한 선입견이 들어가지 않았던 프로파일링이었기에 일치한다는 것은 굉장한 연관적 특징을 보일 수 있다는 단서이기도 하다. 또한 안남기가 처음으로 체포되었던 날짜를 찾아보면 더욱 경악하게 된다. 그는 2000년 9월 23일 미수 사건으로 감옥에 가게 되고 2003년 6월 30일 출소를 한 것으로 기록된다. 2000년 9월 9일로부터 14일 후이다. 프로파일링 결과나 사건의 본질적인 패턴이나 동기마저도 너무나도 비슷하기에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안남기, 그러나 물증이 없기에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입증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로 2005년, 청주에서 발생했던 사건도 개인적으로 안남기 사건과 유사성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

 

심리학적으로 사건을 분석한 결과는 안남기가 범인이라는 가능성에 거의 확신을 준다. 물론 100% 일 수는 없겠지만 놀랍도록 범행 패턴이나 심리학적 프로파일링 범인상이 일치하기 때문에 이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이 사건에는 증거가 없어서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구치소에 있는 안남기를 취조해보고 그의 행적들을 역으로 그리며 추적한다면 언젠가는 사건이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던, 친구였던 억울한 피해자들의 한이, 언젠가는 풀릴 것이라고 믿으며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